천년고찰 직지사, 직지사 개산 1606년 기념 천년수향식 및 호국성사 사명당 헌향재 봉행
천년고찰 직지사는 직지사 개산 1606년을 기념하고 풍전등화의 국가적 위기에서 나라와 민족을 구하신 사명대사를 기리기 위한 ‘직지사 개산 1606년 기념 천년수향식 및 호국성사 사명당 헌향재’를 봉행했다.
이날 천년수향식과 헌향재에는 직지사 주지 포산 장명 스님 및 부주지 보륜 스님, 황산 혜창 직지사 회주, 직지사복지재단 대표이사 신산 법성 스님, 도리사 회주 웅산 법등 스님, 중암 회주 종화 도진 스님 및 대덕스님, 김천불교사암연합회 회장 진웅 스님 및 각 지역 불교사암연합회장, 김성태 제8교구 신도회장, 송언석 국회의원, 김동진 경제관광국장, 조용진 도의원, 이승우 시의회 부의장 및 시의원 및 직지사 포교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10월 5일 천년수향식은 대웅전과 사명대사 헌향재는 사명각에서 각각 거행됐다.
천년수향식은 1606년 전 이 땅에 최초로 전해진 직지사 창건주이신 아도화상의 천년향을 현재로 내려 받은 우리 불교의식이다.
천년수향식은 도열, 청수, 수향화무, 봉탁, 봉반, 수향화, 헌사, 산화, 점향, 수지향로, 요잡, 등가 등 불교의식으로 엄숙히 진행되었다.
이어 천년의 향기를 머문 ‘천년 대향로와 향합’은 총수자를 선두로 향례단, 향연이운단이 뒤를 따르고 그 뒤로 스님들과 내빈과 그리고, 그 뒤를 신도들이 함께 하며 천년향을 이운했다.
천년향 이운 행렬은 대웅전을 출발하여 범종각, 설법전을 지나 황악루와 비루전에서 예를 표하고 사명각으로 이운 행렬이 꼬리를 물고 사명각을 향해 나아갔다.
아울러 헌향재는 천년향 이운 행렬이 도착하여 개회선언, 사명각 주위를 정화하는 의식인 청수, 향기롭고 상서로운 향을 피워 액운이 범접하지 않도록 하는 주향통서, 중생들이 상락아정의 묘법을 성취하기를 기원하는 주향공양, 호국성사 사명당 종사영반, 헌향, 헌다, 사명대사 격문 낭독, 합창, 향 나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김천불교사암연합회장인 진웅 스님은 호국성사 사명대사 격문을 낭독했다.
▣사명대사 ‘건봉사’ 의승군 창의 격문
서라, 일어나라, 나오라!
우리나라 전국 승도들이여!
서라, 일어나라, 나오라!
때는 왔다.
나라를 위하여 싸울 때가 왔다.
죽음으로써 나라를 건져야 한다.
이때를 당하여 구차하게 살려는 것은 죽는 것만도 못하다.
살기를 바라면 죽음이 있고, 죽기를 각오하면 살 길이 열리는 법이다.
나의 사랑하는 승도들이여!
속히 일어나 군문으로 달려 나오라.
어름어름 할 때가 아니다.
주저주저 할 때가 아니다.
지금 왜적이 물 밀듯이 쳐들어오고 있다.
남도의 여러 고을들이 함락되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다.
왜적의 일부는 도성까지 왔다.
임금님은 급히 몽진하시어 평양까지 와 계시다.
서라, 일어나라, 나오라!
2천만 동포의 생사가 이 싸움에 있고, 3천 리 강토의 존망이 이 싸움에 달렸다.
단군성조의 깨끗한 피를 받은 우리 승도들이여!
죽음으로써 나라를 지키자.
천추의 원수 왜적을 다 쫓아내자,
불법(佛法)이 따로 없다.
세상을 구하는 것이 불법이다.
저 무도한 왜적에게 동포의 피는 강산을 붉게 물들이고
피비린내는 온통 하늘을 찌르고 있는 이때, 어찌 산중에서만 편안하게 앉아 있겠느냐,
민족이 다 죽고 나라가 없어져도 나만 살겠다면 이는 대역적이다.
들으니 대신(大臣)들은 아직도 당파싸움에서 꿈을 깨지 못하고, 장수(將帥)들은 싸우기도 전에 달아날 길만 찾는다고 한다.
또 남의 나라에 구원병을 청하고 남의 덕에 살려고 한다.
이 얼마나 통분할 일이며 한심한 노릇이냐.
이제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살릴 큰 일꾼은 오직 우리 승도밖에 없다.
주야로 생사를 초월하는 공부를 하였으니 겁날 것이 무엇이며,
혈혈단신에 걸릴 것이 무엇이냐.
더구나 불보살의 가호 있음에랴.
모두 일어나 평안도 순안 법흥사로시급히 모이라.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다.
슬프도다.
하늘이 무심하고 나라가 불운하여 저 잔인무도한
왜놈들이 감히 하늘을 걷어차고 해를 집어삼킬
외람된 망상을 일으켜 수천 척이나 되는 배로 바다를 건너와
악마 독사의 독기를 뿜으니, 무고한 양민들이 그 흉한 칼날 아래 참혹하게 쓰러지는 자 무려 몇천 몇만 명인가.
조종 천백 대 유업이 일조에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도다.
보라!
저 잔악한 귀축의 무리가 우리 부모의 나라를 찢어 깨뜨리고, 형제동포들을 어육으로 만들며, 천만년 이어온 국토와 재산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려 하도다.
이 어찌 수수방관하고 보고만 있겠느뇨.
팔도 16종 납승들이여!
그 누가 이 국토에서 자라나지 않았으며, 그 누가 우리 조상의 혈족이 아니며, 그 누가 아 나라의 왕민이 아니라오.
하물며 자기 생명을 바쳐 중생의 고를 대신함은 보살의 정신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더욱이 살릴 자는 살리되 죽일 자는 부득이 죽이지 않을 수 없는 싸움에 임하여 물러나지 말라 함은 원광법사의 교훈이요,
나라를 보호하고 백성을 구제함은 우리 불가의 전통이로다.
제산 납자들이여!
이러한 대의(大義)와 정도(正道)를 버리고 구구히 산속에 몸을 숨기어 살길을 도모한들 며칠이나 가겠느뇨?
저 귀축들은 그대들을 불쌍히 여기지 않으리라.
하물며 나라를 빼앗기면 우리 모두 어디로 갈 것인가?
황급히 불보살의 자비원력의 갑옷을 입고 조사의 항마보검과 팔부신장의 금강철퇴를 잡고 뛰어나오라.
이것이 오늘 우리의 활로이며 유일한 사명이요, 유일한 천명이로다.
늙고 병들어 촌보(寸步)를 옮기지 못할 자는 각 사찰에서 지성껏 기도하고, 한 팔이라도 몽둥이를
들 힘 있는 자는 다 뛰쳐나오라.
그리하여 저 마군(魔軍)을 쳐부수어 항복받고 나라를 구제하자.
장명 주지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직지사는 사명대사 유정 스님께서 출가하여 깨달음을 이룬 도량입니다. 우리 직지사는 번민에 시름겨워하던 한 중생을 품어 지혜와 자비를 갖춘 위대한 성인으로 완성한 도량이고, 만인에 속한 평범한 한 사람을 만인을 이끄는 한 사람의 영웅으로 탈바꿈시킨 용광로와 같은 도량입니다. 조상을 얼을 기리는 것은 후손의 의무이고, 조상의 바람을 실천하는 것이 후손의 임무입니다. 이에 직지사는 위대한 성인이자 민족의 영웅이신 사명대사의 행적과 공로를 기리고, 500여 년의 아득한 세월에도 잊히지 않는 자비와 평등사상을 계승하고자 매년 헌향재를 올리고 있습니다. 사명대사 영전에 한 가닥 향을 올리는 이 행사가 선조들의 희생과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많은 이들이 사명대사께서 꿈꾸었던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향해 용감하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했다.